2020년 2월 20일 목요일

어이 없고, 짜증나는 일! (근데 돌아보니 은근 재밌음)

4시 쫌 넘어서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고 있는데 10비 수사실에서 전화가 왔다. 이유인 즉슨, 전 후임 795기가 외출을 나갔다가 미귀영하고 바로 휴가를 나갔단다. 그래서 생활관에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이 더 있는지 조사하다가 내가 작년 12월 27일에 외출 신청은 되어 있는데, 귀영 기록이 없어서 용의선상에 오른 것이다.
물론 그날에 '어차피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말년이니 한 번 그렇게 해볼까'라고 농담을 하긴 했었다. 하지만 그건 단순한 농담이었고, 심지어 나는 그날 귀찮아서 외출을 나가지도 않았다.


첫 번째 통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. (약간 흥분을 해서 세세하게는 기억이 잘 나지 않음. 중요한 맥락만.)

나: 나는 결백하다.
수: 어떻게 증명을 할 것인가?
나: 그걸 왜 내가 증명해야 하나? 그날 cctv를 돌려보시든 뭘 하시든 알아서 하시라.
수: cctv는 최대 10일까지만 보존이 되서 확인이 불가능하다.
나: 그래서 그럼 내가 증명하나?
수: 협조 부탁드린다. 또 궁금한 거 있으면 연락드리겠다.

이렇게 첫 번째 통화는 끝이 났다.


그런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어이가 없는 것이었다. 굳이 전역자한테까지 전화를 해야 할 큰 일인지, 그리고 내가 왜 증명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서 전화를 걸었다.

나: 근데 그게 그렇게 큰 일인가? 그리고 왜 내가 증명을 해야 하나? 기분이 나쁘니 다시 전화하지 않으셨으면 한다.
수: 조사를 해서 '나'도 그런 행동을 한 게 걸리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. 증명 건에 대해서는 부탁 좀 드리겠다.
나: 됐고, 연락 받지 않았으면 한다.
수: 가능한 그렇게 하겠다.


두 번째 통화가 끝나고 세수를 하고 나오니 부재중이 두 통이 찍혀 있었다. 짜증이 나서 전화를 걸었더니 자기가 다시 전화 준다고 말하고 끊어 버렸다... 뭐지...
어이가 없어서 짜증이 화로 바뀌었다. 그래도 화가 더 나기 전에 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

수: 아싸 캠프 때 외출 나갔네, 외출 횟수가 다른 병사에 비해서 매우 적네, 등등 별 쓰잘 데 없는 질문들.
나: 그러면 당일 지출 내역이라도 보여드릴 테니까 끝내자.
수: 그날 카드를 안 썼을 수도 있지 않나.... 나라사랑카드 아직 쓰시냐.
나: 군대에서 현금쓰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? 그렇게 말씀하시면 나보고 어쩌라는 말인가. 그리고 나라사랑카드는 안 써도 계좌는 연결해서 쓴다. 그게 무슨 상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.
수: 알겠다. 우편으로 부탁드린다.
나: 내가 우체국까지 직접 가야 하나?
수: ...
나: 메일 주소나 보내 주시라.
수: 불러드릴 테니 적으시라.
나: 그냥 문자로 보내시라.


하... 이때 참 골때렸다. 언성 높일까 말까 고민 참 많이 했는데, 잘 참았다. 그냥 계좌/카드 내역 보내주고 얼른 끝내자는 생각으로 후딱 보냈다.
그리고 30분 쯤 지나서....

수: 신용카드 결제 내역 설명 가능한가. 28일 아침에 세류역 근처 편의점 기록 보니까 거의 증명되긴 했는데, 27일에 KCP랑 시외/고속버스는 뭔지 설명 부탁드린다.
나: 이쯤하면 됐지, 뭘 더 증명해야 하나. 지금 약속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(거짓말). 이제 그만 하시라. 그리고 내가 27일에 버스타고 어디 갔다가 28일 아침에 뭣하러 다시 세류에 왔겠냐.
수: 정말 죄송하다. 나는 알아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닐 수 있어서 그렇다. 버스 예매 내역 캡처 가능한가.
나: 그 다른 사람들 보고 직접 연락하라고 해라. 지금 뭐하자는 거냐.
수: 정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부탁드린다.
나: 알겠다. 메일로 보내드리겠다.
수: 감사드린다.

이렇게 통화가 끝났다. 밑에 사진은 나름 훈훈한 마무리.




















10비 수사 주무관님 일 참 답답하게 하신다. 결국 내가 가이드를 다 준 셈이다... 이 일 때문에 거진 50분쯤 날렸는데 정말 짜증난다. 공부하려고 했는데 그런 마음이 다 사라져 버렸다...ㅠ

+ 지나고 나서 문득 든 생각인데, 답답한 척 하면서 원하는 대답을 다 이끌어내는 고단수인가?ㅋㅋㅋㅋㅋㅋ
여튼 나쁘지 않은 경험인 듯.

임시로 쓰는 CU 씨유 압도적달콤닭강정

  마늘간장이라 실망 다른 냉동닭강정이 낫겠음. 식감도 그렇고, 가격적 메리트도 없고. 가마로 승!